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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포항 지진, 국가의 무책임’ 판결에 이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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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과 관련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지진이 국가의 지열발전 사업으로 촉발된 것은 맞지만 관계기관의 고의·과실이 없다는 취지다. 항소심 판단의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재판부는 지진이 촉발 지진에 해당하나 유발 지진과 차이가 있다고 봤다. ‘사이언스’는 이 판단과 달리 원인이 지열발전을 위한 시추·물 주입으로 분석된다는 논문 2편을 실었다. 한국 연구팀은 포항 지진에 프로리치 진단법을 적용해 물 주입과 지진 시간, 주입정과 진앙 거리, 주입정과 진원 깊이, 주입정과 단층 위치의 일치를 확인해 유발 지진임을 입증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업단의 재량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지진을 사전에 예측·통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했다. 아시아 최초로 심부 지열발전 방식을 채택한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열발전 건설 기술 수준이 낮았고 안전 관리도 부재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은 포항 지진이 정량적으로 예측 가능한 지진임을 밝혀낸 논문을 게재했다.
재판부는 부지 선정 과정에도 위법이 없다고 했다. PX-2 시추 과정에 지하 3800m 지점에서 이수(泥水)가 집중 유실됐고 단층비지대(단층 활동 결과로 암석 등이 부서져 생긴 점토)도 확인됐다. 단층 활동이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사업단은 비용 문제를 들어 지진 위험성 검토를 생략했다. 지하 4200m 지점에서 추가 이수 누출로 또 다른 추정 단층이 나타났지만 정밀조사는 생략했다.
재판부는 포항 지열발전 수리자극 과정에서 주입된 물 양이 외국의 다른 지열발전에서 주입된 양보다 현저히 적고 포항 지열발전으로 인한 미소지진이 맥가르 이론 범위에 부합한다며 추가 분석 필요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응력이 쌓인 단층에 직접적으로 물이 주입되면 이론적으로 예측한 것보다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재판부는 지진이 5차 수리자극이 끝난 때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후 갑자기 발생했다며 신호등 체계의 미준수 때문이 아니라고 봤다. 암석이 응력을 받아 균열돼 체적이 증가하는 현상인 다일레이턴시가 발달할수록 물이 균열을 메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증대한다.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국제 연구팀도 “유발 지진은 물 주입이 끝난 뒤 며칠에서 몇달 뒤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물 주입을 중단하고 정밀조사를 실시했다면 포항 지진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재판부는 스위스 바젤과의 지질적 차이 등을 이유로 이조차 부인한다.
지열발전 주관사인 넥스지오 행태도 문제가 많다. 지진 원인으로 지열발전소를 지목한 이진한 교수를 고려대 윤리위원회에 자료 무단 도용 혐의로 제소했고 사이언스에도 논문을 내려달라고 했다. 지진 발생 직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넥스지오에 대해 2023년 2월 법원은 책임을 묻기보단 업체로선 ‘무사하게도’ 파산을 선고해줬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정비동의 안전 관리에 개입해왔다는 정황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확인됐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서부발전이 직접 김충현씨에게 정비 지시를 내린 증거라고 주장했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2월 27일 김충현씨는 한전KPS 담당자에게 “방금 서부발전에서 3명이 공작실을 다녀갔습니다. 안전난간의 망을 정비해달라 지적을 받았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메시지 내용을 보면 김충현씨는 서부발전의 안전망 정비 요청을 한전KPS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사실상 업무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성 대책위 언론팀장은 “서부발전에서 (업무 관련해) 지적하면 보통 한전KPS가 수행하는 게 아니라 2차 하청업체에서 수행한다”며 “김충현씨는 한전KPS에 새 안전망을 달라고 요청하거나 정비동 내부에 있는 안전망 자재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전KPS 직원들이 공식적인 작업 의뢰 절차를 건너뛰고 김씨에게 정비를 지시한 메시지 기록은 여럿 나왔지만 원청인 서부발전이 언급된 메시지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서부발전은 태안 화력발전소 운영사이자 발주처다. 한전KPS는 서부발전으로부터 발전설비 정비공사를 도급받은 1차 하청업체이고 한전KPS는 한국 파워오엔엠에 다시 하청을 줬다. 김씨는 2차 하청업체인 한국 파워오엔엠 소속으로 공작기계실에서 홀로 작업하다 지난달 2일 기계에 끼여 숨졌다.
김씨 메시지를 보면 서부발전이 정비동 안전 관리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층으로 돼 있는 정비동 2, 3층 난간은 떨어질 위험이 있어 안전망이 설치돼 있다. 안전망 정비는 공작실 담당인 김씨가 처리할 업무가 아니지만 서부발전은 재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편의적으로 일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이후 서부발전은 “한전KPS에 공간을 임대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작업 관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서부발전은 무상임대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조건을 보더라도 도급계약에 따른 형식적 계약일 뿐”이라며 “임대계약서를 보면 원청의 안전의무와 한전KPS 측의 안전관리 의무가 같이 기재돼 있다. 한전KPS와 서부발전 모두에 안전관리 의무가 있다는 걸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서부발전과 한전KPS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한편 한전KPS가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일지 감독 사인 없이 업무를 지시해 김씨가 오히려 담당자에게 사인을 요청한 메시지도 여럿 공개됐다. 김씨는 지난 4월 한전KPS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작업하려면 TBM일지 공사감독 싸인이 있어야 됩니다. 나중에 작성 좀 해주세요”라 했고 지난해 10월에도 “지난주 주신 너트로 이어서 가공하려는데 작업의뢰서와 TBM일지 공사감독란에 싸인이 필요합니다. 금요일 작업 때는 다른 일로 TBM일지 싸인 받아놓은 게 괜찮았습니다. 지나는 길이든 다른 KPS 직원분 중에 싸인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9월에도 “금요일 용접을 해주어 오늘 볼트 자리 가공하려고 합니다. 과장님 지나는 길에 TBM일지 싸인 좀 해주세요”라고 했고 2022년 8월에도 “과장님 TBM일지 하단부에 공사감독 확인란에 싸인을 받아야 된답니다. 확인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가 메시지 보낼 때마다 한전KPS 담당자는 달라졌다.
대책위는 이날 서부발전·한전KPS·한국파워오엔엠 관계자들을 노동부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대책위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을 밝혀내고 원청사와 경영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일선 관리자에 대한 처벌을 넘어서서 원청사와 경영책임자를 엄중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0일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가 공개되었다. 케데헌은 미국의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았다. 장르는 뮤지컬, 판타지, 코미디. 제목에서 드러나듯 한국의 케이팝 아이돌이 악귀를 잡는 헌터로 활약한다. 케데헌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SNS에서는 감상과 2차 연성이 쏟아지고, 영화의 OST까지 빌보드 차트와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차트에 높은 순위로 진입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케데헌은 우선 매력적인 캐릭터와 중독성 있는 노래, 그리고 한국적 요소를 섬세하게 조합했다. 케데헌의 세계관에서 춤과 노래로 악귀를 물리치는 ‘헌터’는 한국의 무당이 기원으로, 매 시대 새로운 헌터들이 발탁되어 황금빛 결계 ‘혼문’을 쳐서 귀마로부터 세상을 지킨다. 2025년의 헌터인 ‘헌트릭스’는 3인조 걸그룹으로, 루미와 조이, 미라가 멤버이다. 세계적인 걸그룹인 헌트릭스는 신곡 ‘골든’으로 혼문을 완성 시키기 직전이다. 실력, 팀워크, 직업에 대한 열정, 팬들을 향한 사랑,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헌트릭스는 그야말로 완벽한 ‘우상’이다. 후술하겠지만, 케이팝의 문법을 정밀하게 차용한 캐릭터들은 곧바로 마음속을 파고든다. 혼문이 완성되면 귀마는 소멸되는데, 이를 저지하고자 귀마의 수하 ‘진우’는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로 데뷔한다. 사자 보이즈는 전원 저승사자로, ‘사자’라는 동음이의어를 노려 사자 로고를 쓴다. 사자 보이즈는 어둠의 에너지로 팬들의 마음을 현혹하고, 헌트릭스 멤버들이 감추고 있는 불안과 콤플렉스를 자극해 팀의 분열을 초래한다. 헌터-선(善)-혼문, 저승사자-악(惡), 귀마의 대립 구도와 정체를 감춘 영웅이라는 익숙한 서사는 빠르게 케데헌에 몰입하는 레드카펫을 깐다.
영화의 곳곳에는 ‘케이팝 아이돌’로서 헌트릭스의 한국인 정체성이 익살맞게 녹아 있다. 일단 ‘엄청나게 열심히’ 하고, 이동 시간이 많은 아이돌답게 김밥과 라면을 즐겨 먹고, 기운이 떨어질 땐 뜨끈한 국밥을 먹으러 가며, 멤버끼리 친목을 다지는 방법은 목욕탕에 함께 하는 것이다. 식당에서 수저 밑에 휴지를 깔거나, 아트박스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편지지 디자인 같은 디테일은 이마를 치게 만든다. 민화 스타일의 까치와 호랑이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헌트릭스가 사용하는 무기는 한국의 전통 무기와 문양을 참고했고, 저승사자 아이돌은 갓끈으로 팬들의 마음을 튕기며, 이정표가 될 만한 건물과 목욕탕 로고 같은 지역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국의 공간적 특수성을 살렸다. 멋진 남자가 나오는 순간 깔리는 ‘자자~선수 입장~’ 같은 느낌의, 혹은 ‘지금부터 얘네 둘이 중요합니다~’를 암시하는 BGM은 너무나 한국 드라마의 그것이라 웃음이 나온다. 문화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공감인데, 한국 문화의 세계 진출과 꾸준한 노출로 인해 이 모든 ‘어, 나 이거 알아!’의 재미는 비한국인 감상자에게도 익숙한 코드가 되었다. 즉 케데헌의 성공은 한국인 이주민의 역사부터 한류-케이팝 열풍으로 이어지며 오랫동안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문화의 영역에서 소비를 넘어 생산과 창조의 영역으로 전환되었다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케데헌의 한국적 요소가 이처럼 생생하고 적절한 것은 제작 과정에서 참여한 한국계 제작자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했던 듯 하다. 감독 매기 강은 5살 때 이주한 한국계 캐나다인이며,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던 제작자는 공개 직후 다양한 비하인드를 SNS에 공개하며 소통했다. 이주민으로, 이방인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문화적 주변부로 고군분투했던 이들의 경험과 열정이 제작 과정에서 일종의 혼문을 결성하여 여러 위기를 막아낸 셈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스테레오 타입의 아시안이 브릿지 염색을 하고, AI 영상이 만든 것과 별 차이 없는 해괴한 행동을 했는가. 당신들이 헌트릭스입니다. 이러한 제작자들의 존재는 혼종적 정체성의 루미나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자란 조이와 겹쳐진다. 루미는 헌터이지만, 헌터의 적인 어둠을 동시에 몸에 지닌 채 태어났다(오늘날 다국적 사회가 된 한국의 상황이나, 퀴어 정체성 같은 소수자성으로도 읽을 수 있다). 대대로 이어진 혼문은 순결한 황금색이었다. 이전 세대의 헌터이자 헌트릭스를 키운 ‘셀린’은 “헌터는 두려움도, 슬픔도, 고통도 감추어야 한다”라며 강하게 훈육하고, 루미의 정체를 세상으로부터 감추게 한다. 혼문은 그렇게 어둠과 악귀를 더럽고 흉측한 것, 척결해야 마땅한 것으로 규정하고 때려잡으며 만들어졌다. 루미는 혼문의 일부이지만, 완전히 하나가 될 수는 없는 운명이다. 자신 안에 있는 ‘다름’, 그 이질성이 온전한 동질성과 결합의 세계에 균열을 낸다. 미라와 조이가 헌터로서 악귀를 혐오할 때마다, 누구보다 미라와 조이를 사랑하는 루미는 점점 더 그들과 유리된다. 그리고 진우를 통해 악귀가 완전히 다른 괴물이 아니라, ‘자신 안의 어둠’에 잡아먹힌 누군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이었던’, 그러니까 언젠가는 ‘나’였던 존재와 직면하면서 루미는 망설이기 시작한다.
케데헌의 또 다른 매력은 케이팝의 적절한 활용이다. 귀여운 얼굴의 멤버가 저음의 파워풀한 랩을 구사하는 반전이든가, 가학성 있는 미션을 예능에서 하고 뜬금없이 애교를 부린다거나, 처음에는 청량한 컨셉으로 데뷔했다가 컴백은 치명적인 섹시 노선을 타는 보이그룹의 여정은 케이팝의 얼 그 자체다. 무대 연출 또한 전문적이다.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무대는 무대 디자인부터 멤버들의 퍼포먼스, 화면 구도, 조명, 연출 등이 모두 케이팝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높은 완성도로 구현되었다. 합동 팬사인회라든가, 선배 그룹의 불화를 자신들의 홍보에 사용하는 어그로 등은 만화적 허용으로 웃어넘기자. 케데헌의 감독 매기 강은 케이팝 아이돌의 기원으로 무속인을 선택한 이유를 “음악과 춤으로 요괴를 물리치는 굿”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하며, “무당이 거의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영웅 서사와 이어진다고 보았다. “굿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라는 감독의 말은, 무속의 역할을 생각하면 매우 설득력 있다. 학술적 관점에서 무당은 종합예술인이자 치유자로, 의학도 과학도 충분한 해결책이 아니었던 시대 공동체의 아픔과 위기에 공감하는 존재였다. 한편 춤과 노래를 천시하는 문화는 대중 가수와 대중 음악을 저급한 것으로 취급하는 데까지 확장되었다. 케이팝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 애들이나 좋아하는’, ‘생각없이 노래하는 인형들의’, ‘질이 떨어지는’ 장르 취급을 받았다. 케이팝과 무속의 연결은 한국적인 요소를 살리는 동시에, 주변화되었던 ‘여성-종합예술가’가 예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연결한다는 서사를 완성한다.
치유와 연결. 케데헌에서 주요 서사에서, 세상을 지키고 혼문을 만는 것은 곧 음악을 듣고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케이팝 아이돌을 사랑하는 경험이 개인의 세계를 넓히고, 또 취향의 공동체를 결성한다는 간증(?)은 이미 풍부하다. 헌터는 칼을 들고 악귀를 무찌르지만, 궁극적으로 사랑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케데헌을 관통한다.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빛바래지 않는 진실이다. 사자 보이즈의 노래는 개개인의 마음속 약한 지점을 자극하고, ‘나만이 너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 ‘나만이 너의 구원자’라며 파괴적인 몰입을 요구한다. 불안을 해결해줄 테니 의탁하고 편해지라는 유혹이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이는 이전 세대의 혼문이 추구하던 바와 유사하다. 어둠과 두려움을 악귀로 치환하고, 타자화하며, 그것만 때려 부수면 아름답고 맑은 황금빛 세계가 있다는 환상. 그러나 혼종적 정체성인 루미뿐 아니라, 미라와 조이 역시 언제든 자신도 악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시한다. 헌트릭스가 어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혼문을 만들기 위해 하는 노래는 그래서 다르다. “흉터는 나의 일부야”, “왜 내 머릿속에 갇힌 색깔을 숨겼을까? 내 결점이나 아픔이 빛을 볼 수 있게 해야 했는데.” 추하고 부족하고 혐오스럽고, 부서지고 깨어진 모습조차 감추지 않고 ‘나’임을 받아들일 때, 헌터는 완전무결한 신적 존재가 아니라 불완전하고 흠결 있는 인간으로서 타인과 연대하고 연결된다. “우린 영웅은 아니지만, 모두 혼자가 아니야.”
진지하게 사천 자 정도를 썼다. 속마음은 소니 앞으로 트럭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제작진의 노고에 충분히 보상하고, 케데헌을 시리즈로 만들어 달라. 헌트릭스의 1년 2컴백을 보장하라. 이전 세대 헌터들의 서사를 풀어달라. 사자보이즈의 샵을 바꿔달라. 그들이 삽살개나 도깨비 같다는 팬들의 의혹에 해명하라. 까치(서씨)와 호랑이(더피)의 활동을 보장하라. 아무튼 가진 것 다 내놔라.
<이진송>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브라이언 캠벨(미국)보다 짧게 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짧은 비거리가 그의 올시즌 2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지난 2월 데뷔 첫 우승을 거두기 전까지 PGA 투어의 대표적인 저니맨으로 꼽혔던 캠벨은 7일 미국 일리노이주 실비스의 TPC 디어런(파71)에서 열린 존 디어 클래식(총상금 84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를 연장에서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장타자 중심의 남자 프로골프 세계에서 짧은 비거리 핸디캡을 안고 있는 캠벨은 대부분의 시간을 콘페리 투어(2부)에서 보냈다. PGA 투어에서 온전히 뛰는 것도 2016~2017시즌과 2024년에 이어 올시즌이 3번째다.
캠벨은 7일 현재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76.1야드로 일정 라운드를 소화한 PGA 투어 선수 174명 가운데 최하위다.
장타 1위인 올드리치 포트기터(평균 328.4야드·남아공)보다 52.3야드나 짧다. 하지만 캠벨은 지난 2월 멕시코 오픈 연장에서 바로 그 포트기터를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캠벨은 2차 연장에서 페어웨이에서 친 3번째 샷을 핀 1m 근처에 붙여 버디를 낚았고, 포트기터는 세컨드 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그린에서 1.8m 버디 퍼트를 놓쳤다. 캠벨은 이날 연장전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티샷을 286야드 날려 페어웨이에 올린 뒤 7m 버디 퍼트를 탭인 파로 마무리했다. 반면 그리요는 308야드 드라이버샷을 오른쪽 러프에 떨궈 위기를 자초했고, 세컨드 샷을 너무 크게 치고 3번 만에 그린에 올려 보기 퍼트를 남기며 무릎을 꿇었다.PGA 투어의 ‘대표 짤순이’지만 캠벨은 페어웨이 안착률 22위(66.5%), 어프로치 더 그린 SG(이득타수) 32위(0.423타), 어라운드 더 그린 SG 14위(0.342타), 퍼팅 SG 32위(0.269타) 등 뛰어난 쇼트게임 능력을 적시에 발휘하며 승리를 챙겼다. 그는 이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스코티 셰플러(미국·이상 3승) 등에 이어 올해 PGA 투어 6번째 다승 선수가 됐다. 멕시코에서의 첫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그는 “내 인생 전체를 걸고 이 길을 걸어왔고 한때는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이 게임엔 정말 다양한 방식이 있고, 시즌 초 느꼈던 것처럼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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