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현실]역사 리터러시 규칙 제1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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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의 수많은 범죄 기록을 눈앞에 두고, 의욕과 자신감이 과도해진 상태였던 에드는 이 살인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비슷한 부류의 과거 기록을 열심히 찾아온다. 영국의 옛날 사건은 물론 한국의 지존파까지 언급할 정도니, 참으로 가상한 노력이었으나 불행히도 잘못된 참조였다. 마침내 수없는 헛발질 끝에 최종 해결에 의미 있는 조언을 함으로써 존재 의의를 증명하기는 했지만, 에드는 내내 자책감에 시달린다. ‘조금만 더 일찍 제대로 찾았다면 희생자가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는 역사가나 역사 애호가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오류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흔히 현실의 모든 사안에 대해 역사가 어떤 의미 있는 거울이 되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역사라는 건 일종의 인간 사회에 대한 광대한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실의 문제를 보고, ‘이런 비슷한 건이 있었을까’ 하며 역사책을 조금만 뒤적뒤적해보면 비슷해 보이는 건이 수없이 보인다. 어리석은 권력자와 사악한 배우자의 조합은 동서양에 넘쳐나며, 부자의 도덕적 타락과 빈자의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은 체제의 해체를 불러온다. 어리석은 전쟁과 끔찍한 피해는 또 어떠한가. 인간은 언제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세상은 모순에 가득 차 있으며 불안정하다. 아, 역시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손쉽게 역사와 현실을 유비하면 안 된다. 인간의 삶은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 따라 몹시 다르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현상이 비슷해 보인다고 과거의 일이 어떤 의미 있는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해버리면, 에드가 그런 것처럼 연쇄 살인의 희생자만 늘어날 수 있다. 더구나 과거를 과거 그대로 보는 것도 불가능하고 논쟁적인데,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덤블도어가 과거의 기억들을 모아 놓고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은 지나고 나야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이처럼 그 시절이 지나고 나야 그것이 무슨 일이었는지 똑똑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역사란 죽은 자가 남긴 글과 흔적을 산 자가 읽고 풀이하고 다시 쓰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공정의 어디에서든 의도적이건 의도적이지 않건 여러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죽은 자도 자신의 현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의도를 담아 글을 남기기 마련이며 산 자는 죽은 자의 현실도, 자신의 현실도 불완전하게 이해하는 상태에서 자기 의도를 담아 역사를 읽고 쓰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팸플릿 쓰듯이 ‘역사의 교훈’을 외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현재와 과거 어디에서건 발생할 수 있는 몰이해, 양자의 비교 판단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등, 역사의 교훈을 찾고 말하는 행위 곳곳에는 상당한 오해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사 리터러시 규칙 제11조가 있다. “역사에서 손쉽게 교훈을 찾지 말라.”
“성소수자의 존재에 허락은 필요 없다. 불허를 넘어 우리는 존재한다.”
이화퀴어영화제 조직위원회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 불허를 넘어서’ 개막식을 열고 이같이 외쳤다.
이번 영화제는 이화여대 내 극장 ‘아트하우스 모모’가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을 거부한 것을 계기로 기획됐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지난 4월30일 한국퀴어영화제 주최 측에 대관 취소를 통보하며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는 교내에서 상영할 수 없다’는 학교 측 입장을 전했다. 앞서 ‘이화여대를 사랑하고 지키는 이화인 일동’이라는 이름의 단체는 퀴어영화제 개최에 반대하는 민원을 학교와 극장에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해당 단체는 “퀴어영화제는 기독교 정신에 반하고, 학교가 ‘동성애 홍보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갈등 방지와 안전 확보를 이유로 대관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생들은 지난 5월 이화권리단위연대체 ‘이음’의 퀴어영화제 대응 실무TF팀을 이어받아 조직위를 결성했다. 조직위는 “이화여대는 캠퍼스 내 갈등을 피하겠다며 퀴어 학우들을 손쉽게 지우고, 혐오의 손을 들어줬다”며 “이화퀴어영화제는 종교의 이름으로, 다수의 안전을 명목으로 혐오를 정당화하는 이들이 그은 ‘불허’의 선을 넘어서는 시도”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가 ‘허락 없이 존재할 권리’를 강조했다. 정재린 이화여대 총학생회 권리연대국 국장은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교내엔 이미 수많은 퀴어가 존재한다”며 “누구도 타인의 지극히 자연스럽고 자율적인 삶을 침해하거나, 편협한 도덕 기준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름을 부정하는 행위야말로 약자를 사랑하고 포용하라는 기독교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교 측에 성소수자 혐오 행정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소정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활동가는 “학교는 소수자 배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민원을 행정 마비와 갈등 방지라는 명분으로 수용했다”며 “이는 인권과 행정을 저울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년 성소수자 문화연대 큐사인 활동가 파람(활동명)도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설립된 이화여대가, 오늘날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지닌 공공성을 경시하고 학업만을 위한 공간으로 단순 정의하는 것은 대학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 후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이화여대 정문에서 아트하우스 모모까지 행진했다.
이화퀴어영화제는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민주노총이 노조법 2·3조 개정과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정책 전면 폐기를 요구하며 오는 16·19일에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를 비롯해 전국에서 총파업대회를 벌인다고 밝혔다. 19일에는 서울 숭례문 앞에서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 뒤 대행진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존중 국정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노조법 2·3조를 즉시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조법 개정은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노동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고 했다.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 복원, 노조 회계 공시 제도 폐지, 타임오프 기획 감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또 노동시장의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수고용직·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초기업 교섭 제도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이재명 정부에 윤석열과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노정 교섭을 통해 산적한 노동·사회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파업은 금속노조, 전국민주일반노조 등 쟁의권이 있는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젊었을 때는 귀에 꽂히는 노래들이 좋았다. 유행가 차트의 수위권을 장식했던 발라드곡들, 가수들이 핏대가 보이는 듯 절정의 고음을 뽐내는 노래들에 끌렸다. 그런데 30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노래들이 부담스러워졌다. 직설적인 가사는 오글거리고, 한없이 올라가는 고음은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노랫말이 들려왔다. 시를 읊조리는 듯한 루시드 폴의 노래들, 에피톤 프로젝트의 낮은 목소리를 좋아하게 됐다.
나이가 더 들어서는 정태춘·박은옥 선생의 노래가 다시 들렸다. 삶의 우수를 한웅큼 품은 듯한 노랫말과 목소리는 남다른 것이었다. 초중고 시절 처음 들었던 ‘시인의 마을’이나 ‘촛불’ 등은 다소 어두운 노래로 기억됐었다. 세상 어려움을 겪고, 삶의 무게를 느끼면서 노래의 깊은 뜻과 정서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탓일까. 수집 차원에서 구매해뒀던 CD를 꺼냈고, 두 사람의 노래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듣게 됐다.
사실 정태춘 선생에 대한 기억이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대학 1학년 봄 축제 때였다. 운동권도, 날라리도 아닌 어정쩡한 학생이었던 기자는 친구와 학교 응원단 주최 행사를 찾았다. 응원가에 율동을 곁들이며 흥이 오를 즈음 초대가수 정태춘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민중가요를 부른 뒤 “우리가 이럴 때입니까”라며 당시 노태우 정권의 전교조와 노동 탄압 등을 비판하고, 학생들을 꾸짖었다. 분위기는 식었고 풍물패를 앞세운 총학생회가 무대를 점령하며 행사는 중단됐다. 30년이 훨씬 지난 현재도 당시의 생경한 분위기가 기억난다.
이때는 인기가수 정태춘이 사회운동가로 변했던 시기이다. 그는 당시 제도권 매체를 거부하고 전교조·노동운동·학생운동 현장을 찾아다녔다. 그의 사진은 문화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더 많이 등장했다. 최근 복간된 <정태춘>(한울출판사)에 실린 김영철 전 한겨레 기자의 글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 노래가 사회변혁의 무기로 쓰이고 투쟁의 도구로 활용된다면 큰 보람이오. 순수한 노래? 그런 건 없습니다.” 집회에서 ‘시인의 마을’ 등을 불러달라는 요청이라도 들으면 “판 사서 들으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사전 검열에도 저항했다. <아, 대한민국…>(1990년), <92 장마, 종로에서>(1993년) 등 사전심의 없이 제작된 그의 음반들이 공연장과 대학가에서 판매됐다. 사전심의 제도는 결국 1996년 폐지됐다.
민주정부가 집권했지만, 그는 침잠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불편했던 사람들, 절망했던 사람들이 있다. 대중이 몇년 동안 싸운 열매를 누가 가져간 것인가. 자본의 지배로 진입해가고 있었다. 나는 이 문명에서 이탈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2006년 경기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에 반대하는 투쟁 현장에 참여하다 경찰에 연행됐고, 이후 외부활동을 멈췄다.
그가 침묵을 깬 건 2012년 새 앨범(<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을 내면서다. 세상에 의미를 던지는 것만이 아니라 담담하게 노래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박은옥 선생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에서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는 ‘92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다. 데뷔 40주년인 2019년 앨범 <사람들 2019>를 내고, 전국 콘서트를 했다. 2022년엔 다큐멘터리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개봉됐다.
정태춘·박은옥 선생이 새 앨범 <집중호우 사이> 발표를 계기로 열고 있는 콘서트를 최근 관람했다. 인간과 문명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담았다는 새 노래들의 메시지는 묵직하지만, 부드러워진 듯도 했다. “전쟁 같은 폭우 장마에 강물 흐르는 주택가/ 멀리 포성과 섬광이 멎고 문득 지리멸렬해지면/ 그 갯벌 키 작은 갈대 밭 붉은 다리의 어린 농게들이/ 질퍽한 각자의 참호에서 간지러운 햇살 기다리리라.”(‘집중호우 사이’) 노래는 비 그친 뒤 맑게 갠 하늘을 말했다. 두 사람은 야만의 시절 부르기를 거부했다는 ‘시인의 마을’ ‘촛불’ ‘사랑하는 이에게’를 들려줬다.
대통령이 바뀌고 세상도 바뀌었다. 기자보다 이틀 뒤 콘서트를 관람한 지인은 김혜경 여사를 공연장에서 봤다고 했다. 달라진 세상의 징표인가. 정태춘 선생은 음반발매 간담회에서 “나는 내 생각대로 잘 변화해왔다. 나의 변화가 좋았다”고 했다. 그는 세상과 화해할 준비가 됐을까. 두 사람이 서정적인 노래를 기꺼이 만들고 들려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불과”부동산 고강도 후속 대책 예고영수회담엔 “자주 보자는 생각”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검찰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고강도 후속 대책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향후 국정운영 기조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선 검찰개혁과 관련해 “사법개혁은 중요한 현실적 과제”라며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반론 여론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일종의 자업자득”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여당에서 검찰개혁 완료 시점으로 추석(10월6일) 전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제도 자체를 그때까지 얼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며 “국회가 결단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수요 억제책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어 전체 흐름을 바꿀까 한다”면서 “이제 부동산보다는 (투자를)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첫 기자회견이 취임 한 달 만에 열리면서 국정운영 평가보다는 공약 이행과 국정운영 기조 등 향후 계획에 문답이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특히 검찰개혁과 부동산 정책 등에서 전임 정부와 상반된 접근법을 확고히 하며 ‘이재명표’ 개혁의 드라이브를 시사했다. 취임 한 달의 경제적 성과로는 주식시장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 또 주가조작 등 부정요소 제거만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봤는데, 이런 점이 시장에 반영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안 추가 편성 가능성을 두고는 “일단 추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1기 내각과 대통령실 고위 참모, 검찰 인사 등을 둘러싼 논란에는 “마음에 드는, 또는 색깔이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며 실용·통합에 기반을 둔 인사 필요성을 말했다. 야당과의 협치 방안에 대해선 “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면서 “영수회담은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하다. 정례화보다는 필요할 때 자주 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기조의 기반 위에 중·러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한·미 간 현안인 관세 협상을 두고는 “매우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아직도 쌍방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일관계에선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새로운 선언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아직 청산하지 못해 서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북한 핵·미사일 대응 등 안보 문제나 경제 사안 등에서 협력할 일이 많다”고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대북 방송 중단에 대한 북한의 호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면서 “하나씩 하나씩 완화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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